먼저 이미지가 권력과 지식이라는 체계에 흡수되거나 통합되는 복합적인 과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권력/지식(power/knowledge), 생체권력(biopower), 원형감옥(panopticism) 등 푸코가 제시한 세 가지 중심 개념은 이미지와 권력의 관계를 살펴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푸코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권력과 지식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군주제나 전체주의 정치 체계가 위법 행위에 대해 공개처형 등 명확하고 가시적인 벌칙을 가하는 데에 반해 현대사회에서는 권력관계가 구조화되어 시민들 스스로 자율적 통제 행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끔 만든다. 따라서 현대 정치체제에서 권력의 기능은 훨씬 덜 가시적이다. 시민들은 기꺼이 법률에 순응하고 사회 규범에 동참하며 지배적인 사회 가치에 동의한다. 푸코는 현대사회는 강제가 아닌 협력에 의해 기능한다고 보았다. 그는 현대의 권력을 음모적이나 권위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체를 정상화하는 힘으로 인식하였다. 권력관계는 사회 내에서 무엇을 지식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내며, 그 지식체계는 다시 권력관계를 생산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식'은 언론, 의학, 교육 등의 사회 제도를 통해 사회 내에서 유효하게 인정받는 반면 다른 많은 지식들은 의심을 받는다. 기자의 말은 목격자의 말에 우선하며, 의사는 환자보다, 인류학자는 연구 대상들보다, 경찰은 용의자보다, 선생은 학생보다 더 우선시된다. 많은 사람들은 전자가 후자보다 많은 지식을 지닌 전문가이기 때문에 더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푸코의 작업은 이 전문성(과 누가 그것을 갖고 있는지) 개념이야말로 권력관계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푸코의 이론에 의하면 교실 자체는 선생과 학생의 역동적인 권력이 형성되는 공간적 구조이며, 이 구조는 학생들로 하여금 선생의 감독을 내면화하게끔 만들며 규율은 수동적이고 자기통제적 방식으로 작동된다.
푸코에게 현대의 권력은 부정하거나 억압하는 개념이 아니라 생산하는 힘이다. 권력은 지식을 생산하며, 특정한 형태의 시민과 주체를 생산한다. 현대 정치체제의 권력관계 중 상당 부분은 간접적으로나마 신체에 가해지는데, 푸코는 이를 생체권력으로 규정하였다. 그는 "신체 또한 정치적 장에 직접적으로 관여되며 권력관계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지배한다. 권력은 신체가 작업을 수행하거나 의식을 행하고 기호를 나타내도록 투자하고, 표시하고, 훈련시키고, 고문하고, 강요한다." 라고 말한다. 이는 근대국가가 시민들의 유지 및 통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가 적절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기꺼이 일하고, 전쟁하고, 생산하고, 건강한 몸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는 공중보건, 위생, 교육, 인구통계, 출산 정책 등을 통해 인간의 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명령하고, 목록화한다. 푸코는 이들 제도적 실천이 신체에 대한 지식을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신체로 하여금 '기호를 나타내도록' 강요하는데, 이는 사회적 규범과의 관계를 기호화하라는 의미다. 공중 보건 등을 통해 시민들의 신체를 규제하는 다양한 사회 제도가 등장하고 정상과 비정상 개념이 변화된 때가 19세기인데, 이 시기가 사진이 등장한 즈음과 거의 같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 이미지는 현대 국가에 있어서 푸코가 말하는 유순한 신체(docile bodies)를 생산하는 주요 도구가 되어 왔다. '유순한 신체'란 체계에 적응하고 동조하고자 하는 욕구와 협동을 통해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과정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완벽한 몸과 완벽한 포즈 그리고 완벽한 외형을 원하는 동질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광고 이미지를 바라볼 때 이들이 이데올로기적인 텍스트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종종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미지들은 권력을 지닌 채 우리의 자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앵글로색슨족의 가치관에 따라 마르고 여윈 몸매를 미학적 기준으로 제시하는 광고는, 관찰자로 하여금 응시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준화된 통념을 형성하게 만드는 셈이다.
푸코 이론의 핵심은 처벌이라는 강력한 위협 없이도 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순응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우리를 감시하는 제도적 응시를 내화하고, 이 상상적 응시가 우리로 하여금 적절하게 순응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이 논리는 푸코가 발전시킨 원형감옥 개념의 중심적 내용이다. 원형감옥은 원래 죄수를 교화할 감옥으로 설계된 건축 모델로, 중앙의 감시탑을 어둡게 처리하여 죄수들로 하여금 스스로 규율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실제로 중앙의 감시탑에 감독관이 없더라도 죄수들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응시를 느끼며 점차 규율을 내면화가게 된다. 따라서 권력은 보이지 않을 때(이를테면 간수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한다. 원형감옥은 죄수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감독하지는 않지만 감시라는 구조를 통해 행동을 순응하게 만드는 셈이다. 원형감옥은 권력이 특정 형태의 행위를 생산해 내는 방식을 보여주는 강력한 은유로 사용될 수 있다.
카메라가 감시 혹은 감독의 기능을 하는 경우는 일상 속에서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상점,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을 비롯해 우리는 카메라가 우리의 행동 양식을 침해하면서 치안을 유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푸코의 원형감옥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카메라 감시의 눈길을 늘 의식하면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카메라가 켜져 있는지 아닌지 여부에 관계없이 그 잠재적인 존재만으로도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진이나 카메라의 이러한 감시나 신원 확인 기능은 치안이나 법률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사진을 마치 신분증처럼 사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이나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사진이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다음의 이미지는 대공황 시대의 시민들과 공동체 모습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남겼던 미국의 사진가 워커 에반스의 작품이다. 사진 속의 증명사진 스튜디오는 고객이 5센트만 지불하면 증명서나 공공 목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이미지는 사진이 제도적인 삶 속으로 통합된 정도를 보여준다. 다른 모든 사진과 마찬가지로, 이 사진 역시 권력이라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영상문화사회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상 테크놀로지와 이미지의 재생산 (0) | 2023.05.09 |
---|---|
응시와 이국성 (0) | 2023.05.07 |
담론, 응시, 타자 (0) | 2023.05.04 |
응시 개념의 변화 (0) | 2023.05.01 |
응시 (0) | 2023.04.18 |
댓글